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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 : 대사로 보는 심리와 철학 변화

by 후후콩콩콩 2026. 2. 6.

 

오늘은 드디어 우리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호크아이 캐릭터 분석 글입니다. 

남자아이들은 화살 잘 쏘고, 총 잘 쏘는 사람들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덕분에 저희 집 거실 유리창에 양궁과녁이 항상 붙어 있답니다.:)

 

그는 왜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로 남았을까

 

호크아이는 어벤져스 멤버 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인물입니다. 블랙 위도우와 마찬가지로 초능력도 없고, 신이나 천재 과학자 같은 설정도 없습니다. 활을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가장 평범한 캐릭터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를 다시 보다 보면, 바로 그 점 때문에 호크아이가 어벤져스 안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린트 바튼은 세상을 구하는 존재라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더 가까운 인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호크아이의 대사를 중심으로, 그가 왜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로 남았는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평범함이라는 기반

The city is flying, we're fighting robots...and I have a bow and arrow.

(도시는 날아다니고, 우리 모두 로봇과 싸우는데, 난 오직 활과 화살만 들고 있지)

 

이 대사는 호크아이의 위치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그는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크아이의 용기는 과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알고도 자리를 지키는 선택에서 나옵니다. 

 

다른 어벤져스가 능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한다며, 호크아이는 남아 있는 선택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인물입니다. 이 점이 그를 가장 인간적인 히어로로 보이게 합니다.


가족이라는 중심

This is my farm. (여기가 내 집이야)

 

호크아이에게 가족은 단순한 배경 설정이 아니라, 행동의 기준입니다. 그는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이면서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 이중적인 위치는 호크아이를 다른 캐릭터들과 구분 짓습니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대부분 과거에 묶여 있다면, 호크아이는 돌아갈 현재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는 싸우는 이유가 가장 분명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상실 이후의 붕괴

Don't give me hope.  (나한테 희망 주지 마)

 

엔드게임 초반, 가족을 잃은 호크아이의 모습은 이전과 완전히 다릅니다. 그는 더 이상 균형을 유지하는 인물이 아니라, 분노와 상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사람입니다. 이 대사는 희망을 거부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상실의 깊이를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호크아이는 히어로가 아니라, 가족을 잃은 한 사람으로 무너집니다. 이 붕괴는 어벤져스 서사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의 죄책감, 그리고 또 다른 상실

Nat, please don't do this. (나타샤, 제발 이러지 마.)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라 더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호크아이는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이 장면에서 블랙위도우와 호크아이 서로 희생하려고 싸우게 되고, 결국 블랙위도우 나타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면서 소울스톤을 얻게 되죠.

 

나타샤가 떨어지는 순간, 호크아이는 또다시 "살아남은 사람"이 됩니다. 가족을 잃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상실이지만, 그 무게는 비슷하겠죠. 그는 스스로 희생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동료의 선택을 막지 못했습니다.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는 단순한 동료 관계보다 더 오래된 신뢰 위에 놓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장면에서 호크아이의 감정은 개인적인 상실에 가깝게 보였습니다. 나타샤의 선택은 세상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호크아이에게는 친구를 잃는 순간이었습니다.


엔드게임의 마지막 전투 이후, 호크아이는 다시 가족을 만납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라졌던 가족이 같은 장소에서 다시 나타나는 순간은 화려하지 않지만 매우 조용한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호크아이는 크게 울거나 말을 쏟아내지 않습니다. 대신 가족을 끌어안으며 잠시 멈춰 서 있습니다. 이 장면은 승리의 기쁨이라기보다, 긴 시간 버텨온 사람이 비로소 숨을 고르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호크아이에게 이 만남은 모든 것을 되돌려 받는 순간이 아니라, 상실과 희생을 기억한 채 다시 살아가야 하는 출발점에 가깝습니다. 가족은 돌아왔지만 나타샤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사실은 그의 삶 안에 계속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완전한 해피엔딩이라기보다, 상처를 안고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아이는 활 잘 쏘는 아저씨라고 좋아했지만, 저는 왠지 호크아이를 볼 때마다 슬픈 감정이 들었는데요. 

가장 현실적이고, 살아남은 사람의 서사를 가진, 생존자의 죄책감이 캐릭터에 녹아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