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마블민국'이라 불릴 만큼 국내에서도 절대적 인기를 누렸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흥행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와 썬더볼츠는 각각 4억 달러 안팎의 월드 박스 오피스 성적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 시절 평균 10억 달러 흥행을 기록하던 마블이 왜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지, 페이즈별 흥행 데이터를 통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와 썬더볼츠의 박스오피스 참패
2025년 2월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 브레이브 뉴 월드는 제작비 1억 8천만 달러를 투입했으나 월드 박스 오피스 성적은 4억 1,4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 흥행 수익에서 극장 측 몫을 절반으로 계산하고 최소 1억 달러의 홍보비를 감안하면, 극장 수익만으로는 약 7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셈입니다. 대한민국 관객수도 165만 명으로 과거 마블 영화들의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같은 해 4월 개봉한 썬더볼츠 역시 제작비 1억 8천만 달러로 월드 박스 오피스 3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극장 몫과 홍보비를 제외하면 극장 수익만으로는 약 9천만 달러 적자입니다. 대한민국 관객수는 91만 명으로, 이는 마블 영화 중 역대 최악이라는 더 마블스의 69만보다 약간 더 나은 수치에 불과합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도긴개긴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 모두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더 마블스처럼 작품성 자체가 바닥이었던 것이 아니라, 나름 괜찮게 잘 뽑혔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조차 넘기지 못했습니다. 썬더볼츠의 캐치프레이즈인 '초능력 없음, 히어로 없음, 포기도 없음'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현재 마블 영화는 '흥미 없음, 관심도 없음, 따라서 관객도 없음'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 영화 | 제작비 | 월드 박스 오피스 | 국내 관객수 | 추정 손익 |
|---|---|---|---|---|
|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 1억 8천만 달러 | 4억 1,400만 달러 | 165만 명 | 약 7천만 달러 적자 |
| 썬더볼츠 | 1억 8천만 달러 | 3억 8천만 달러 | 91만 명 | 약 9천만 달러 적자 |
페이즈별 흥행 비교로 본 MCU의 황금기와 몰락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첫 번째 영화는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 1편입니다.
제작비 1억 4천만 달러로 월드 박스 오피스 5억 8,500만 달러 흥행을 기록했으며, 우리나라 관객수도 430만 명으로 훌륭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인크레더블 헐크는 2억 6,300만 달러에 그치며 적자를 기록했고, 아이언맨 2는 6억 2,300만 달러 흥행을 했으나 제작비를 2억 달러나 들였기에 제작사 수익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토르 1편 : 천둥의 신도 손익 분기점 턱걸이, 캡틴 아메리카 1편 - 퍼스트 어벤져도 적자를 기록하며 아이언맨 외의 나머지 영화들의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어벤져스 1편이 등장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제작비 2억 2천만 달러로 월드 박스 오피스 성적 무려 15억 1,800만 달러 초대박 흥행을 기록한 것입니다. 어벤져스의 성공은 MCU의 위상을 단숨에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할리우드 전체가 공유 유니버스 전략에 집중하게 만든 매우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성공 이후로 2019년 페이즈 3까지 아이언맨 3가 12억 달러,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4억 달러, 캡틴 아메리카 11억 달러, 블랙 팬서 13억 달러, 캡틴 마블 11억 달러까지 총 여섯 편이 1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심지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은 각각 20억 달러와 27억 달러로 초대박을 기록했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총 23편으로 226억 달러 흥행, 우리 돈 31조 원이라는 어마무시한 돈을 끌어모았고, 한 편당 평균으로 봐도 제작비 1억 9천만 달러로 월드 박스 오피스 9억 8천만 달러, 살짝 반올림해서 10억 달러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23편의 영화를 제작해 평균 10억 달러 성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흥행을 했던 것이며, 우리나라 누적 관객수도 총 1억 2,860만 명, 한 편당 평균 559만 명이었습니다. 특히 어벤져스 1편부터 4편까지는 각각 700만, 천만, 1,300만을 기록했습니다. 즉, 히어로들이 뭉치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돈이 따라오는 매직이 발생했습니다.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황금알을 낳는 타조였던 이때는 마블이 지금과 같이 추락하리란 것을 그 누구도 몰랐을 것입니다.
| 구분 | 페이즈 1~3 | 페이즈 4 | 페이즈 5 |
|---|---|---|---|
| 평균 흥행 | 9억 8,400만 달러 | 8억 1,500만 달러 | 6억 1천만 달러 |
| 국내 평균 관객 | 559만 명 | 372만 명 | 183만 명 |
| 적자 영화 비율 | 2/23편 | 3/7편 | 4/6편 |
페이즈 5의 MCU 위기: 멀티버스 사가의 치명적 균열
2021년부터 새롭게 시작된 멀티버스 사가의 첫 번째 영화 블랙 위도우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한 꼼수로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 동시 공개라는 무리수를 두었고, 이 때문에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한 스칼렛 요한슨이 고소를 진행하며 크게 이슈화되었으며 결국 추가로 4천만 달러를 더 주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문제는 이후 동시 공개로 진행되는 영화는 없었지만 대신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되는 텀이 개봉 후 짧게는 47일에서 길게는 89일, 그러니까 대략 한 달 반에서 석 달 정도만 기다리면 집에서도 마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극장 관객 감소에 큰 원인으로 작용했고, 그 결과 마블의 대표 히어로인 블랙 위도우 주연의 영화였지만 흥행 수익은 겨우 3억 7천만 달러로 극장 수익만으로는 대략 1억 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후로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4억 3천만 달러 흥행으로 적자, 이터널스도 4억 달러 흥행에 그치며 역시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3 스파를 앞세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19억 달러라는 미친 흥행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9억 5천만 달러, 토르: 러브 앤 썬더 7억 6천만 달러,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8억 5천만 달러 흥행 등 기존 히어로들이 좋은 성적을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페이즈 4 영화 7편 총수익 57억 달러, 우리 돈 약 7조 8천억 원 수익, 한편당 평균 8억 1,500만 달러로 완성도는 일단 차치하고 성적 놓고 보면 그래도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즉, 그동안 쌓아왔던 팬심으로 여차저차 관객들을 모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부터 불거지기 시작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이 매력적인 히어로를 만든다는 말처럼, 대표적으로 다크 나이트의 조커처럼 히어로만큼이나 아니 어떤 면에서는 히어로 이상 중요한 역할이 메인 빌런입니다. 나아가 인피니티 사가의 성공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류 반론을 외친 메인 빌런 타노스가 꽤나 매력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페이즈 5의 첫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타노스처럼 끝판 대장 인물을 맡은 정복자 캉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헌데 마블에서도 최약체, 그것도 육탄전은 일반인과 다름없는 앤트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끝판 대장이라니. 기대와 달리 빌런의 위압감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탓인지, 월드 박스 오피스 4억 7천만 달러 흥행 손익 분기점을 넘기기는커녕 극장 수익만으로는 1억 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또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캉을 맡은 배우가 전 여자 친구 폭행 사건을 일으키며 마블에서 아예 퇴출되는 등 그에 따라 시나리오가 다 엎어지고 고육지책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닥터 둠으로 모셔와야 했습니다.
퀀텀매니아 다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 3은 이 와중에 8억 4,500만 달러로 높은 흥행을 기록했지만 아쉽게도 제임스 건 감독은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DC로 떠나갔습니다. 또 아시다시피 그다음 영화가 바로 그나마 남아 있던 팬심을 깡그리 없애 버린 더 마블스로 흥행 성적도 마블 역대 최저인 2억 600만 달러로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그다음 데드풀과 울버린이 다시 13억 3천만 달러 흥행으로 초대박을 치긴 하나 이 영화는 솔직히 마블 유니버스에 속한 다기보다는 그저 번외 편은 울버린을 데려다 데드풀과 엮은 깜짝 이벤트였습니다.
페이즈 5 영화 여섯 편 총 36억 6천만 달러 흥행, 우리 돈 약 5조 원으로 한 편당 평균 6억 1천만 달러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페이즈 1부터 3까지 평균 대비 편당 매출 38% 감소, 대한민국 관객수는 무려 67% 증발한 수치입니다. 확실히 많이 떨어진 수치이며, 또 여기서 더 심각한 점은 반짝 흥행한 몇 편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화가 적자라는 것입니다. 페이즈 3까지 총 23편 중 적자를 기록한 영화는 초기 개봉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와 퍼스트 어벤저 단 두 편 뿐이었지만, 페이즈 4는 일곱 편 중 세 편이 적자, 페이즈 5는 여섯 편 중 무려 네 편이 적자입니다. 즉 과반수 이상이 적자라는 것으로 만들기만 하면 돈이 복사된다는 마블도 이제는 옛말입니다. 그저 적자만 면해도 다행인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인피니티 사가 시절 '자동 승리 공식'이 완전히 깨졌으며, 페이즈 5로 접어들며 변동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극장 흥행만 놓고 보면 '과거의 영광'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으며, 몇몇 대박작이 전체 성적을 떠받치는 불안정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흥행 수치 계산 방식에서 국가별 배급 조건과 마케팅비 변동성을 고려하면 단정적 판단은 조심스럽지만, 페이즈별 평균 흥행 하락과 적자 비율 증가는 명확한 추세입니다. 마블이 '망했다'기보다는 '예전처럼 무조건 대박'이라는 공식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입니다.
왜 최근 마블 영화는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최근 MCU의 흥행 부진은 단일한 이유라기보다 여러 변화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극장 개봉 후 비교적 빠르게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되는 구조는 관객들의 극장 관람 동기를 약화시켰고, 멀티버스 사가는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세계관을 요구하며 진입 장벽을 높였지요.
여기에 인피니티 사가 이후 서사를 이끌 중심 캐릭터와 메인 빌런의 존재감이 약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특히 정복자 캉은 타노스처럼 장기간에 걸쳐 기대감을 축적하지 못했고, 이는 세계관 전체의 긴장감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페이즈 5에 들어서면서 일부 작품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는 영화가 늘어나며 MCU의 흥행구조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요.
MCU가 과거와 같은 흥행력을 되찾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로다주의 닥터 둠 캐스팅처럼 팬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중심 캐릭터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디즈니 플러스와 극장 개봉 사이의 균형을 조정하고, 세계관을 무리하게 확장하기보다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이 중요해 보입니다.
최근 데드풀과 울버린의 흥행 사례가 보여주듯, 결국 관객들이 반응하는 지점은 거창한 세계관이 아니라 캐릭터와 이야기 자체의 재미일 가능성이 큰 것이 아닐까요?
